도시 캔버스 : 거리로 뛰어나온 미술관
내가 매일 걷는 길이 갤러리가 된다. 일상을 예술로, 예술을 일상으로
Architecture & Urban Design, 2024
오승현 / OH SEUNG HYUN
매일 집과 회사, 책상과 침대를 반복하며 쳇바퀴 굴리는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 현대인은 산업사회가 꽃피워 놓은 화려한 문명의 부작용으로 물질적 풍요 속에서 정신적 공허와 삶의 의미 상실에 직면하고 있다. 똑같은 일상 속에 한정적인 공간을 소비하는 그들은 도시의 고독을 피하기 위해 디지털 세상에서라도 정서적으로 교류하고자 하지만, 이마저도 알고리즘의 영향 아래 제한되어 있다. 누구보다 삶의 변화를 갈망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일상과 물리적, 심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비일상의 공간들. 이들을 위해 우리 삶에 깊게 관여하는 ‘삶 속의 비일상’의 공간을 제시하고자 한다.
삶 속의 비일상. 이러한 ‘비일상’의 공간을 실현하기 위해서 새로운 건물을 지어 ‘예술의 영역’이라는 새로운 권위를 창출하기보다는, 이미 도시 안에 존재하며 사람들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숨은 도시 자원을 활용한다. 도시에는 사람들에게 잊힌 ‘틈’이 존재하는데, 이 틈들은 기피시설, 흡연 장소나 쓰레기 무단 투기 등 관리되지 않는 장소 등으로 여겨지며 용도 외 사용으로 밖에 그 쓰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위와 같은 도시의 틈을 일상 속 예술의 공간으로 치환시킨다. 권위가 부서지며 흩뿌려진 파편들이 도시의 틈 곳곳에 박히게 되며, 이 파편들은 초소형 인프라 공간부터 거점 예술 시설까지 도심의 필요에 따른 다양한 스케일의 공간들로 도시 조직을 구성한다. 이를 통해 모두에게 열린, 그 자체로 일상이 되는 예술, 도시 경계 해체를 통한 커뮤니티 증진, 기존 건물들이 지닌 가능성 극대화 및 뻗어나가는 도시 내 예술 영역을 실현하고자 한다.